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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센터 이야기

[법무법인 한결, 판교 단상] 법무법인 한결 판교 분사무소

[법무법인 한결, 판교 단상] 법무법인 한결 판교 분사무소

 

이혁 변호사 [hlee@hklaw.co.kr]

 

법무법인 한결 이혁 변호사의 글을 소개합니다. 7살 난 아들, 4살 난 딸 그리고 내가, 아들이 유치원에서 받아온 저금통에 잔돈과 천원짜리 지폐를 넣어 돈을 모으기로 했다. 나는 퇴근을 해서 주머니에 남아 있는 잔돈과 지갑에 남아 있는 천원 짜리를, 아들과 딸은 심부름을 하고 받거나 주변에서 받은 용돈을 돼지저금통에 모으기로 한 것이다. 저금통에 모인 돈은 아들 녀석이 거의 광분을 하며 사고 싶어하는 터닝메카드(요즘 마트에서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어 부모님들과 애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절대적 인기 상품이다)와 딸 아이가 새침한 표정을 지으면서 사달라고 조르는 엘사공주 스티커를 사는 데 사용하기로 약속하였다. 아들, 딸 모두 돈이 언제, 얼마나 모이는지 나이에 안 맞게 초미의 관심을 보인다(그러나 사실 돈이 모여도 터닝메카드는 살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지난 주말 저녁을 먹고 역시 돈이 얼마나 모였는지 아이들과 세어 보고 있는데 아내가 핸드폰으로 인터넷 쇼핑을 하면서 자기도 그 저금통에 있는 돈을 좀 쓰자고 한다. 애들이 곧바로 팔을 벌려 돈 주위를 가로 막으면서 이건 아빠와 자기들이 모은 돈이니 안 된다고 한다. 아내가 “그럼 앞으로 엄마도 저금통에 돈을 넣을 테니 함께 쓰자”고 한다. 아이들은 ‘그래도 되는 건가’ 아니면 ‘그렇게 하는 게 우리한테 더 좋은 건가’라는 고민이 들었는지 돈 세는 걸 잠시 멈추더니 “아빠 어떻게 할까요, 그래도 되는 거예요”라고 묻는다.

 

 

이거 직업병인가? 아들 녀석과 딸 아이의 단순하고 순진한 질문에 갑자기 주식회사의 제3자 배정 문제가 떠올랐다. 주주의 권리, 그리고 상법과 정관의 문제 등이 생각난 것이다. 문득 떠오른 생각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주주는 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다(상법 제462). 나와 아들 그리고 딸이 돼지저금통에 모인 돈으로부터 터닝메카드나 스티커를 살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저금통에 돈을 넣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은 자기 돈으로 해야 하는 것이지 돼지 저금통에 있는 돈을 사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가? 아내는 자기도 앞으로 돼지저금통에 저금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원래 나와 아들 그리고 딸 셋이서만 함께 저금을 하기로 하였으니 애초 약속과 달리 과연 아내가 중간에 그 저금통에 함께 돈을 모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는 것이다. 회사법 논의에 대입해보면 주주가 아니었던 아내가 중간에 주주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회사 설립 시에 주주가 아니었던 자가 후에 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회사가 제3자 배정 방식을 통하여 그 주주가 되고자 하는 자에게 신주를 발행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제3자 배정방식에 따라 신주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회사의 정관에 제3자 배정방식에 의한 신주발행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 , 회사의 이사회에서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주식을 발행하기로 결의를 하더라도 만약 회사 정관에 제3자 배정의 근거 규정이 없다면 해당 이사회 결의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는, 주주는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비례하여 신주를 배정받을 권리가 있기에(상법 제418조 제1) 회사가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원칙적으로는 기존 주주들에게 그 지분율에 비례하여 해당 신주를 배정하여야 하기 때문이고 주주가 아닌 자에게 신주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단지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고 반드시 회사의 정관에 그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라는 상법 제418조 제2항이 바로 위와 같은 내용을 정하고 있는 규정이다.

  

이와 같이 제3자 배정 방식에 따라 신주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관에 그 근거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관련하여 회사 설립 시 정관 작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이 있다. 특히 스타트업 기업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 의기투합하여 몇 명(: A, B)이서 회사를 설립하고 상호 적정한 지분을 나누어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 일이라는 것이 함께 사업을 하다 보면 처음의 그 좋았던 관계가 유지되지 못하고 서로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A가 좀 더 확실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 또는 50% 미만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B A의 지분율을 넘어서기 위해서 각자 자기와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하고자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 경우 만약 회사 정관에 제3자 배정 근거 규정이 없다면 A, B 그 누구도 자신의 우호세력에게 회사의 지분을 확보시킬 수 없게 된다. 정관 작성 시 인터넷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예시 정관 등을 별 고민 없이 그대로 사용하는 등의 허술한 창업 준비로 인하여 발생하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사례이다. 당연히 정관을 변경하여 제3자 배정 규정을 새로 만들면 의도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나. 정관 변경을 위해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2/3 이상의 지분율이 필요하므로, 이미 관계가 소원해져 버린 A, B로서는 누구도 자신의 힘만으로는 정관을 변경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상호간의 지분관계는 그대로 고착될 수 밖에 없게 된다. 향후 회사의 경영에 심각한 교착상태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주주들간에 반드시 갈등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내 우호지분을 늘리고 싶은 상황에서 정관에 근거 규정이 없다면 그 근거규정이 있는 경우에 비하여 우호지분을 늘리는 데 분명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할 것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특히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창업을 하는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회사 설립을 주도하는 자로서는 자신의 최초 지분율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향후 동업자들간의 갈등 가능성 그리고 견고한 회사의 지배력 유지 방안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처음 정관 작성 시 제3자 배정 규정을 둘 것인지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한다. 회사 설립에 단순히 지분 참여만 하는 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회사 설립을 주도하는 자가 하자는 대로 그냥 따라 갔다가는 향후 자신의 지분율은 하염없이 하락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 돼지저금통에 돈을 넣기로 나와 아들, 딸이 약속을 할 때 나중에 엄마도 끼워 주자는 이야기가 없어서였을까? 아들과 딸아이가 그냥 지금대로 하자고 해서(아마도 이것 저것 생각하는 게 머리 아팠을 게다) 결국 아내는 주주가 되지 못하여 돼지저금통에 있는 돈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정관(나와 아들 딸 간의 약속)에 제3자 배정 규정이 없었고 또 정관 변경을 역시 하지 못하여 결국 제3자 배정을 하지 못한 것이다. .